문화생활

그들이 사는 세상

秀니가그리운날엔 2011. 3. 11. 14:36

 

그냥 봄이 오는것을 시기하는 겨울처럼 올 봄은 그리 더디게 온다.
특히나 우리집은 오히려 한 겨울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듯 뼈속깊이 바람이 들어온다.
으슬 으슬 추운방 보일러를 아낀다는 이유 하나도 작은 전기 방석을 껴앉은채  드라마 삼매경에 빠졌다.

  현재 하는 드라마의 앞부분을 죄다 돌려봤고
뛰엄 뛰엄 보던 드라마도 챙겨봤다. 이제 보다 보다 종영된 드라마 까지 찾아 본다.

전에 보고 싶었는데..못 보았던 커피 프린스도 마스터했다.
종영된 드라마를 보면서  이 추운 봄을 청소도 설겆이도 하지 않은채  화장실조차 가지 않은채
새벽3-4시까지 잠도 안잤다. 

이 커피 드라마가 방영된후 우리나라엔 원두 커피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니 생각보다 커피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그저 주인공이 바리스타를 꿈꾼다는 내용이였다.
드라마에 취미를 붙인거 아마도 현빈과 하지원이 나오는 시크릿가든 때문 이였던거 같다.
허구적인 드라마에 빠져서 마치 꿈이라도 꾸는듯  전혀 나와는 다른 세상 다른 나이대를
이리 좋아하다니... 어쩜 그렇고 그런 한심한 아줌마의 대열에 여지없이 끼여있는듯 싶다.
그렇듯 말도 안되는 현빈사랑에 참여한다. 

우습지... 뭐 어때  상상도 못하나?
그렇지..정신건강에 좋을꺼야...  

시크릿 가든이 방영되면서 현빈이 떠들석해졌다.
삼순이때만해도 인기 있어도 이정돈 아니였는데.... 
현빈이 나왔던 그들이 사는 세상을 찾아 본다.
휴일을 하루종일 그 드라마에 나의 시간을 받쳤고,
밤을 하얗게 세워 다음날 출근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른다.
기억에 남는 드라마다.

시크릿 가든이나 커피프린스 뭐 이런건 허구적이라 재미는 있지만
이리 오래도록 여운은 남지 않았다.
이리 오랜 여운을 남겼던 드라마는...

감우성과 손예진이 나왔던 연애시대
잔잔하면서 어쩜 나의 내면에서 생각하는 마음을  드라마에선 술술 대사로 잘 풀어놨다.
연애시대만큼 좋아하는 드라마가 다시 생긴거 같다.

바로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작가의 주옥같은 대사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어느 하나 빼 놓을수 없는 인물 설정.
명쾌한 대사, 허구가 아닌 공감할수 있는 주변의 실제 주변 이야기등 이 드라마는 매력이
철철넘친다.
현빈사랑에 드라마를 봤지만 송혜교가 넘 예쁘게 나온다.
지오의 집도 예쁘다.
준영이의 심플한 오피스텔 같은 집도 예쁘다. 

난 왜 그리 예쁘게 살지 못하는걸까?

없어서가 아니고 내가 못하는 것이다.

정지오역에 현빈은 가난하고 열심히 일하는 꼼꼼하고 평범하게 나오는 남자를 잘 그려놨다.
주준영역에 송혜교는 솔직 담백하며 무엇이든 당당하게 할말 다하는 

 정말 내가 그런 여자이고 싶은 역이다.
정지오 성격을 닮은 난 주준영의 성격이 넘 부럽고 닮고 싶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그들이 부러웠고, 그들의 솔직한 사랑이 부럽다.
돌아갈수 없는 내 젊은날을 후회하게 하였고,
지오가 준영이와 헤어진후 준영이 대사에 난 밤새 훌쩍이면서 드라마를 봤다.
밤새 울었더니 정말 내가 무슨 슬픈일을 당한 사람 같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방송일은 나의 기획사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잠 못자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배우들과 스텝들...  긴강감 초조함 그리고 성취감
일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말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마음에 들어 작가가 누군지
그제서야 궁금해 했다.

어쩜 앞으로 노희경 작가의 광팬이 될꺼 같다.
난 늘 할말을 다 못했었다.  늘 상대방으로 하여금 징징 거린다고 느끼게 할뿐.
준영이 처럼 똑부러지게 자기 감정을 담아둠이 없이 다 털어내버렸으면 
지금 늘 생각하는 피해자 같은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니까 그러겠지.. 상대 남자의 반응이 어찌 나올지 모르지 않나.
하지만 유독 난  내 감정을 늘 2%도 표현 못했다.
준영이 처럼  다 털어 냈으면 나도 받아 드릴때마저 징징거리지 안했을꺼다.
내가 생각해도 난 늘 짜증스럽다.
이 드라마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나의 앞으로의 인생.
준영이라면 나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자꾸만 젊은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잘 생각해 봐야겠다.

 

 

너 진짜 미안해?

아니. 솔직히 내가 뭐가 그렇게 잘못했는지 나 잘 모르겠어. 최선을 다한게 뭐가 문젠건지 정말 모르겠어.

그래서 너랑 나랑 헤어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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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敵적


지금 내옆에 동지가 한순간에 적이 되는 순간이 있다.
적이 분명한 적인때 그것은 결코 위험한 순간이 아니다.
그러나 동지인지 적인이 분간이 안될 때 얘기는 심각해진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런 순간이 올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될가?
그걸 알 수 있다면 우리 이미 프로다.

지금 내 옆의 동지가 한 순간에 적이 되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적은 언제든 다시 동지가 될수 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때 기대는 금물이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건 지금 그 상대가 적이다 동지다 쉽게 단정짓이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쯤은 진지하게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나는 누구의 적이였던 적은 없는지..

 

 

2부, 설레임과 권력의 상관관계

 한 감독이 생애최고의 대본을 받았다.
 한남자는 오늘 첫 취업소식을 들었다.
 한남자는 내일 꿈에도 그리던 드라마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일이 주는 설레임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가 있다.
바로 권력을 만났을 때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라고 생각할 때 사랑의 설레임은 물론 사랑마저 끝이 난다.
이 세상에 권력의 구조가 끼지 않는 순수한 관계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설레임이 설레임으로만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런 관계가 과연 있기는 한걸까..?
아직은 모를일이다.
일을 하는 관계에서 설레임을 오래 유지 시키려면 권력의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가 아닌, 오직 함께 일을 해나가는 동료임을 알 때
설레임은 지속될수 있다.

그리고 때론 설레임이 무너지고 두려움으로 변질되는 것조차 과정임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미치게 설레이던 첫사랑이 마냥 마음을 아프게만 하고 끝이났다
그렇다면 이젠 설레임이란거 별거 아니라고 그것도 한때라고 생각 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만도 한데
나는 또다시 어리석게도 가슴이 뛴다
그래도 성급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순간, 내가 할 일은 지난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에 시간이 끝나면 자신을 그냥 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난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일지도 모른다

 

 기분 어때.

전화하는 도중에 자기가 말하는 도중에 내가 전화 끊으니까 기분 어때. 더럽지?

나는 그런 기분, 자기랑 만나는 동안 수백번도 더 느꼈어.

우리 백일동안 안 만나다가 다시 만나는 날, 헤어지자고 누가 먼저 그랬어? 자기가 그랬어.

난 약속 못 지킨 이유에 대해서 변명하고 싶었는데, 기회 줬어?

자존심 구겨가며 매달리는 나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전화 뚝뚝 끊어버리고,

그러다가 갑자기 틱 지겹다고 문자 보내는 사람한테 내가 뭐라 그래?

사람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 매달리지 않는다고 진지하지 못하다는건,

내 입장에선 너무 일방적이야.

 

자기한테 진지한게 이런거야?

헤어진 사람이라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커피잔 집어던지는...

난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정말...

 

3부. 아킬레스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몇 가지 제안

 

내 유년시절의 확실한 아킬레스건은 엄마이다

화토를 치고 춤을 추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그러면서도 엄마는 아버지 앞에선 언제나 현모양처인냥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때 나의 꿈은 엄마를 탈출하는 것이였다

그 꿈은 다행히 대학을 들어가면서 쉽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내 인생의 암흑기라 할 수 있는 조감독도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조금이라도 잘나가는 모든 동료와 그 외 나에게 수시로 태클을 거는 세상 모든 것이였다

그리고 감독이 된 후 나의 아킬레스건은 모든 감독들처럼 단연 시청률이다

지금 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나의 아킬레스건은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너무 사랑을 정리하는 것도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쉬운 애라는 거다

하지만 이 순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사랑을 더는 쉽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날 처럼 쉽게 오해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지루하더라도 다시 그와 긴 얘기를 시작한다면 이번 사랑은 결코 지난 사랑과 같지 않을수 있을까?

새로운 사랑은 지난 사랑을 잘 정리할 수 있을때에만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고맙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그로인해 내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4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

 

감독에게 있어서 새 작품을 만난다는 건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만 같아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실체를 찾아내 증명하지 않으면 작품은 시작부터 실패다

왜 이 작품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지 내가 찍어내는 캐릭터들은 어떤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왜

 외로운지 왜 깊은잠을 못자고 설치는지 사랑얘기 할땐 캐릭터들의 성적취향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시청자들이야 별 볼일 없는 드라마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작품을 만드는 우리에게 작품 속 캐릭터는 때론 나 자신이거나

내 형제 내 친구 내 주변 누군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이 끝날 쯤 비로서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새로운 작품에 온 몸을 던질 준비를 마치게 된다

감독이 작품 속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자만할 때

작품은 본 궤도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내 앞의 상대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뒷통수 맞는 일이 일어 나고 있다 지금처럼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 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해도 내겐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얘기 할 수 있고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5부- 내겐 너무도 버거운 순정

 

누가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계성에 대해 단 한마디로 정의를 내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순정애의 강요라고 말하겠다

10대도 아닌 20대, 30대 드라마 주인공들이 늘 우연히 만난 지난 날의 첫사랑에 대해

목을 메는 한국 드라마에 난 정말 신물이 난다

 

생각해보면 나는 순정을 강요하는 한국드라마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단 한번도 순정적이지 못했던 내가 싫었다

왜?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내가 더 상대를 사랑하는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내가 이렇게 달려오면 되는데, 뛰어오는 저 남자를 그냥 믿음 되는데,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순정을 다짐했다

그가 지키지 못해도 내가 지키면 그 뿐인거 아닌가?
 

 

6부. 산다는것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뒷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너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법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60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 젊어 우리는 모든게 다 별일이다 젠장
 

 

 

7부 드라마트루기

드라마트루기(dramaturgy)

- 각본(시나리오)의 연출법

- 글을 쓰는 방법

 

내가 드라마국에 와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연출의 기본은 드라마는 갈등이라는 것이다

갈등 없는 드라마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최대한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을 어설프게 풀지 말고 점입가경이 되게 상승시킬 것

그것이 드라마의 기본이다

드라마국에 와서 또하나 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얘기는

드라마는 인생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드라마와 인생은 확실한 차이점을 보인다

현실과 달리 드라마 속에서 갈등을 만나면 감독은 신이 난다

드라마의 갈등은 늘 준비된 화해의 결말이 있는 법이니깐

갈등만 만들 수 있다면 싸워도 두려울게 없다 그

러나 인생에서는 준비된 화해의 결말은 커녕 새로운 갈등만이 난무할 뿐이다

 

8부. 그들이 외로울 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규호이야기

- 늙은배우들의 이야기

- 민철의 이야기

 9부 드라마처럼 살아라Ⅰ

 

친구도 필요없고 애인도 필요없고 하늘아래 나 혼자인 것 처럼 철저히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언제나 아빠가 생각난다

두 살 난 아이에게 보들레르의 시를 읽어주는 대학교수이며 학자이고 시인인 우리 아빠

지오선배는 왜 우리 엄마를 먼저 본걸까 아빠를 먼저 봤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애인은 날 의리없고 이기적인 애라고 단정짓고 가버리고 반찬도 동이나고 밥도 없고 춥고 배도 고프고

이 문제를 단 한번에 해결하는 일은 엄마한테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하다

그럼 엄마는 당장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에 시금치 나물에 문어숙회까지 들고올 거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해서 냉동실에 가득 저장해놓겠지?

1분간의 짧은 통화면 그 모든게 해결되는데 그럴 맘이 안난다

차라리 굶고말지 어떻게 엄마를 떠났는데 이제와 이런 사소한 일로 부딪힐 기회를 만들 순 없다

엄마는 내가 조금만 여지를 두면 당장이라도 내 곁에 들러붙어 온갖 내가 싫어하는 말들과 행동으로

나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게 뻔하다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어려서 엄말 피해 드라마를 봤는데 더 이상 엄마를 피하면 내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절대 그럴리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인생은 인생이다

근데 아빠도 그런식으로 말한 것 같다

시처럼 인생을 살아라 돌아버리겠네 아 모르겠다 정말

 

왜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겨야 할 땐

반드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해야만 하는걸까?

그냥 어떤 아픔은 묻어두고 깊은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는걸까?

그럼 나는 이제 정지오와의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 정말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해야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는 강준기한테도 아무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정말 서로의 아픔에 대한 고민 없이 그 어떤 관계도 친밀해 질 수 없는 걸까?

 

아빠는 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를 바랬지만

내가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아름다운 드라마를 찍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 인생은 자꾸 내가 하는 드라마와 엇나간다

정지오 말대로 난 의리도 없고 이해심도 없다

게다가 누구나 냉혈한 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송규호 마저도 날 감정 없는 인간으로 몰아간다

오늘은 아빠한테 안겨 엉엉 울었음 좋겠다 싶다

 

"준영아 너 무슨일 있니?"

 10부.드라마처럼 살아라 Ⅱ

 

내 드라마의 냉정함이 내가 냉정해서라면 나는 고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드라마를 위해서 그리고 그보다 내 삶을 위해서

사랑하는 남자와 아침 식사를 하며 엄마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다른 때 처럼 싫지 않았다

엄마에게 전화해야지 마음이 급했다

그리고 섣불리 전화해라 이해해라 말하지 않는 정지오가 고마웠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와 나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으니깐 드라마처럼 이 사람과 평생을

드라마 속 인물처럼 살고 싶었다

동료가 잘나가면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자격지심 같은건 절대 없으며

어떤 일에도 초라해 지지 않는

지금 이런 순간에도 큰 소리로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왜 나는 괜찮지 않은걸 늘 이렇게 들키고 마는지

 

준영아 내가 너한텐 드라마처럼 살라고 했지만

그래서 너한테는 드라마가 아름답게 사는 삶의 방식이겠지만

솔직히 나한테 드라마는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다

내가 언젠간 너에게 그 말을 할 용기가 생길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너조차도 나에게 어쩌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너같이 아름다운 애가 나같은 놈한테는 드라마 같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영아 아니라고 해줄래?

너는 현실이라고

 11부 그의 한계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건

자신이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존재에서 배신을 하고 상처를 주는 존재인 걸 알아채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 어른인가?

나는 내가 배신하고 상처주었던 때를 분명히 기억한다

정확히 고3때였다

우습게도 그때는 근처 학교 애들과 구역을 놓고 뻑하면 패싸움을 벌였다

시골학교에 다니는 우린 심심했고 사는게 재미없었다

그런데 재수없게 그날은 한 놈은 이가 왕청 나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그 일로 친구들은 전원 정학을 맞았다

주동자는 나였는데 학교에선 우등생인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불쌍한 어머니를 핑계로 그 부당한 처사에 대해 암말도 말하지 않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난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처럼 어리석게 표나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

배신의 기술이 더욱 교묘해진 것이다

 

그 때, 그런 말로 준영이를 자극한건

분명 그 때 만나고 있던 연희에 대한 배신이였다

그러나 난 연희에게 단 한번도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았다

 

준영이가 송규호의 B팀으로 간다고 할 땐

나는 내가 간다고 너는 빠지라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나는 절대 송규호의 뒷치닥거리를 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한 배신이 이렇게 수두룩한데 이런 일 쯤이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같이 패싸움을 했던 친구들과 내가 다시 만난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꿈에서도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어느 한 날 술에 취해 한 놈을 찾아가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그 때 친구놈은 뭘 그런걸 기억하고 사냐고 내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순간이였다

그 때 다짐했다 다신 그 누구 앞에서도 초라해지지 않겠다고

그러고보니 배신을 당했다고 말하듯 했다고 말하듯

그 어떤 순간도 난 초라해지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참 초라한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가지가지이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준영일 다시 만나면서 대체 내가 왜 예전에 얘랑 헤어졌을까

이렇게 괜찮은 애를 과거의 내가 미쳤었나 싶게 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은 안했지만 천만번 다짐했다 다신 얘랑 헤어지지 말아야지

근데 또 다시 헤어지고 말았다

내가 저질러 놓고도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한다

난 내가 생각해도 좀 미친 것 같다

그래도 난 준영일 다신 만나지 않을 생각이다 그

게 내 한계래도 이제 어쩔 수 없다

 12부 화이트 아웃

 

화이트 아웃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떠러지 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 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 날 동시에 찾아왔다

 

그렇게 눈 앞이 하얘지는 화이트 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

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추어야 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였다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거니깐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였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였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 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 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게

너무도 다행인 몇 가지 이유들이 생각난건 정말 고마운 일이였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 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 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13부. 중독, 후유증 그리고 혼돈

 

중독이란 술이나 마약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또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정지오란 사람에 의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 할 수 없는

심각한 중독 상태를 겪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이 만나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나면 모든 제로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애인과 헤어진 것도 가슴아픈 일이지만 그걸 모르고

아이처럼 나를 보고 좋아하는 이 어른들을 보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이든다

남도 아니고 내 부모도 아니고

그렇다곤 이젠 사랑하는 애인의 부모도 아니고

모든게 끝나버린 애인의 부모는 정말 어떻게 대해야 하는건지

 예상치 못한 이별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난무한다

 

혼란과 혼돈, 무질서로 불리는 카오스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지금의 이런 말도 안되는 행위를 한마디로 정의할 만한 규칙은 무엇이 있을까?

 민희의 말처럼 관계연속중독증 아님 이별이 낳은 후유증?

아니면 채인 여자의 복수? 그것도 아니면 혼돈 그 자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은 이미 마음이 변해버린 애인에게 구걸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 않겠다

 
 

 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트려놓고 가는 것

그 증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순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숴진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 한 구절씩만 기억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이제 다신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내 자존심을 지킨답 시고 난 저 아이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14부. 절대로 길들여 지지 않는 몇 가지

 

나는 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번, 두번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 할 때만 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 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번 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준영의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 지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이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나는 드라마가 이래서 좋다

내가 모르는, 내가 외면했던,

내가 무관심 했던 숱한 사람들의 삶까지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와 엄마가 생각난다 준

영이 어머니 조차도

 

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걸까?

연희와도 준영과도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이 처음처럼 당황스러운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것 처럼

모든 이별도 첫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나만 이런건가?

준영이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길들여 지지 않는 건 바로 이런거다

 뻔히 준영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하나도 모르는 척

이렇게 끝까지 준영의 속을 뒤집는 뒤틀린 나 자신을 보는 것

사랑을 하면서 알게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 지지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자고

첨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안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는건지

그리고 길들여 지지 않는 것 또 하나 얘기치 못했던 바로 이런 순간
 

15부. 통속, 신파, 유치찬란

 

나는 정말 드라마에서는 물론 인생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통속적으로 이렇게 유치찬란하게

다른 남자를 이용해 싸구려 질투심을 일으켜 사랑을 확인하는 식은 정말이지 꿈에도 하기 싫었다

게다가 이렇게 신파적이기 까지 정말정말 싫었다

정말 선배들 말처럼 어쩌면 하늘아래 별다른 드라마도 별다른 사랑도 없는 것일까?

드라마와 삶의 본질이라는게

어쩌면 다 별거 아닌데,

다만 나는 아직 너무 어려 그걸 모르고 있는 것뿐이다

 정말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데

이쯤에서 우린 어쩌면 모두 백기를 들어야 하는건지도 모른다

 

냉정한 현실 앞에서 사랑이란건

차라리 철없는 유치찬란임을 가십이 필요한 사람들 앞에서

이해를 바라는건 더더욱 구차한 신파가 되는 것을

 

세련되고 쿨하고 멋진 인생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조차도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편한건지

아직도 너무 어린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 어느 한쪽에서 여전히 드라마처럼

인생의 반전을 그와 나의 반전을 꿈꾸고 있는것일까?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을 해야 상투적이고 통속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눈은 어떠냐고 정말 괜찮은거냐고

우리가 오늘 이렇게 또 다시 잠자리를 하게 된게

우리 둘 사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거냐고

다시 아침이 되고 서로가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

 전처럼 또다시 쌔하게 날 버리고 가버릴거냐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냐고 묻고싶었다

그런데 어떤 말을 해도 지금은 다 유치할 것 같아 하지 않았다

 

서우선배 말처럼 인생이 경박한거라면 윤영선배 말처럼

그런 세상도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면

이젠 나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헤어짐과 이별을 반복하며

그와 나의 관계도 이미 통속해질대로 통속해지고 유치할대로 유치해져 버렸다는 것을

좀 더 멋지고 세련된 반전을 기대하며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어떤 말을 할까 말을 고르고 있는이 순간이

어쩌면 더욱 진실도지 못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남은 건 통속적이고 유치한 대사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건가?

연인들의 화해란게 이렇게 싱거울 수 있다면

이젠 다시 헤어지지 말자는 맹세 참으로 그리웠다는 고백

너만을 사랑한다는 다짐도 없이 이렇게 시시하게 무너져 버릴 수 있다면

그 때 알았다

예정된 통속이 유치가 신파가 때론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도 있다는걸
 

  16회 드라마처럼 살아라Ⅲ

 
<지오>
나는 결코 인생이 만만한 하지 않은 곳인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 화해와 갈등, 원망과 그리움, 이상과 현실, 시작과 끝

그런 모든 반어적인 것들이 결코 정리되지 않고 결국엔 한 몸으로 뒤엉켜 어지럽게 돌아가는데

인생이란 것쯤 나는 정말이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다

어떻게 그 순간들을 견뎌냈는데

이제 이 정도 쯤은 인생이란 놈도 한번쯤은 잠잠해져주겠지

또 다시 무슨 일은 없겠지

난 그렇게 섣부른 기대를 했나보다

이런 순간에 또 다시 한없이 막막해지는 것을 보면

 


 <준영>

그날 윤영선배 다른 어떤 때 보다 멋졌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드라마를 만들려면

드라마처럼 살라는 정지오의 말이 가슴에 사무쳤다

그래, 드라마처럼 못 살 것도 없지 끝날 것 같은 인생에도 드라마처럼 반전이란 건 있는 것이니까

그 날 그 순간 그 생각이 든건 얼마나 다행인가

 

언젠가 지오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드라마의 모든 엔딩은 해피엔딩 밖에 없다고

어차피 비극이 판 치는 세상
어차피 아플대로 아픈 인생 구질스러운 청춘

그게 삶의 본질인 줄은 이미 다 아는데 드라마에서 그걸 왜 굳이 표현하겠느냐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말하는 모든 비극이 희망이 꿈꾸는
역설인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렇게 말한 선배 너는 지금 어떠냐고 희망을 믿느냐고

 

아무리 우리가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 만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 순 없을 거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동료들과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내가 사는 세상처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드는 축제같은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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